날 가장 사랑하신 예쁜 우리 엄마
때론 마음 아프고 눈물 흘리게 했지만
엄마 정말 사랑해 정말 사랑해요
—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.
교과서에 장난질을 당한다거나, 희윤에게만 거짓말을 해 골탕 먹인다던가, 조그만 망신을 주는 일들이요.
하지만 희윤이는 괜찮아요. 엄마만 있으면 되니까요!
“난 정말로 엄마만 있으면 돼!”
사실 아빠는 필요 없어.
*
"엄마, 왜.. 왜 눈을 안 떠? 일어나서 다시 안아줘."
엄, 엄마..
변해버린 엄마도, 그런 엄마를 공격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무서웠다.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, 전날 쥐어잡힌 손목의 욱신거리는 통증이 더욱 크기를 키워왔다. 퍽, 퍼억. 탁. 희아를 가격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. 하지만,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. 다가가려 하면 저지당했고, 부르려 하면 주위에서 말렸다. ...사실 희윤이도 아는데. 엄마 곧 있으면 못 보는 거. 막, 막 때려서 결국 엄마는... 부들거리는 다리를 가누지 못하고 주저앉았다. 폭력의 소리가 진정되고, 상황이 진정되는 듯 하자 천천히 희아에게 기어 다가갔다. 볼품없이 떨리는 손으로 희아를 끌어안았다. 엄마, 엄마.. 일어나 봐.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. 평소에는 고집같은 거 안 부렸으면서, 들을 사람 없는 이제서야 칭얼댔다.
지켜준다고 약속했는데. 그래도 희윤이는 강하니까, 희윤이가 엄마랑 이모 꼬옥 지켜줄게! 그런데 못 지켰다.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. 희윤이는 그냥 꿈 많은 어린애였구나.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구나. 키가 작다며 놀림받던 것이 서러웠다. 쑥쑥 커서, 엄마만큼, 이모만큼 키가 커졌으면 뿌리치고 달려갈 수 있었을 텐데. 모든 게 서러웠다. 같은 반 친구들이 놀리던 것도, 엄마랑 손 잡고 방주에 오른 것도, 몰래 이곳저곳 쏘다닌 것도, 엄마랑 약속한 것도.
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꼭 잡았던 손도.
"..엄마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하는데. 약속, 복사.. 도장까지 찍었는데."
-우리, 우리 딸. 어디 다친 데 없어? 아픈 곳은?
-아픈 곳? 다친 데? 나 멀쩡해! ..엄마, 많이 놀랐어? 미안해, 걱정시켜서.
-으응, 아니야. 엄마는 희윤이만 무사하면 괜찮아....
"엄마, 엄마. 일어나.. 어서 일어나서 나 안아줘. 나 안 다쳤다고, 두 팔 벌려서 보여줄게. 그러니까 일어나.."
왜 안 일어나, 왜. 왜.. 내 말 못 들은 척 해. 사실 듣고 있잖아. 울 엄마,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 그대로인데..
*
돌아왔다. 데리고 갈 수도, 남아있을 수도 없어서 돌아왔다. 엉엉 넋 놓고 울었다. 내리 몇 시간을 눈물로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. 엄마와의 이별이라니, 생각도 해본 적 없었는데. 아빠가 있었더라도, 이모가 여전히 곁에 있더라도 엄마는, 엄마의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다. 심장이 갈가리 조각나는 듯 아팠다. 너무 아팠다. 늦게 자서 미안해. 걱정시켜서 미안해. 말 안 듣고 몰래 돌아다녀서 미안해. 나만 아빠 없다고 원망해서 미안해. 미경을 통해 전해진 편지를 수없이 많이 읽었다. 엄마가 남긴 편지가 닳을까, 혹여 찢어지기라도 할까 펼치는 손길조차 조심스러웠다.
-엄마는 희윤이 크는 것도 보고 싶었고, 남자친구 사귀는 것도 보고 싶었고,
엄마, 희윤이도 무럭무럭 자라서, 얼른 중학교 들어가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어.
-또 희윤이랑 같이 여행도 가고 싶었어. 엄마가 느꼈던 감각들을, 희윤이도 느끼고 좋아해줬으면 했어.
엄마, 희윤이도 엄마랑 같이 여행 가서, 엄마의 사진 속에 들어가고 싶었어.
-엄마가 세상에서 제일,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.
..희윤이도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해. 제일 사랑해. 정말로, 정말로 사랑해.
싱그러운 나무처럼 쑥쑥 자라서
나의 꿈이 이뤄지는 날
환하게 웃으세요
엄마를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지
*
카메라를 힘겹게 들어올렸다.
작동시키는 방법을 알 수 없는 카메라를 책가방에 넣어 소중히 끌어안았다.
엄마랑 같이, 가족사진을 다시 찍고 싶었다.
하지만 희윤이는 괜찮아요. 엄마만 있으면 되니까요!
“난 정말로 엄마만 있으면 돼!”
엄마가 내 낙원이니까!
엄마, 희윤이.. 나 안 괜찮아. 나 엄마가 없어서 괜찮지가 않아. 그런데 열 밤 자면 괜찮아진다고 했어.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고 했으니까. 그러니까, 나 좀 자고 일어날게. 너무 많이 울었나 봐.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어, 나 늦게 잤다고 혼내지 마. 나 울어서 머리가 너무 아파.. 코도 막히고, 숨이 잘 안 쉬어져. 감기 걸렸을 때처럼 같이 있어줘. ..조금만 자고 올게. 그러면 낙원이 올 거야. 낙원이, 낙원이..
낙원이 올 거야.
낙원이..
* 아, 잘 잤다!
".. 그러고 보니 엄마가 어디로 갔더라? 배에 타기 전에는 같이 있었는데.. 또 희윤이 없어졌다고 걱정하는 건 아니겠지?"
그러게, 엄마 진짜 어디갔지.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.
아, 잘 잤다! 안녕 햇살아, 안녕 바다야!
이 세상에 좋은 건 모두 드릴게요
엄마 사랑해요
정말로 사랑해요.
BGM: [Trevor Kowalski - The Forest Grand]
가사: [동요, 이 세상에 좋은 건 모두 주고 싶어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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